2016년 2월 23일 천안 고려신학대학원 졸업생 대표 졸업사

Posted by 무룡산참새
2016. 2. 26. 09:00 기독교/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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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2월 23일 천안 고려신학대학원에서 제 70회 학위수여식을 거행하였습니다.

 한국에만 해도 수많은 신학교에서 많은 목회자를 배출하고 있기에 새삼스럽게 수도권도 아닌 지방에 있는 신학교 졸업식 기사에 대해서 왜 그러냐고 하시겠지만 중요한 것은 졸업식을 했다는 것이 아닌 졸업생 대표가 졸업식장에서 낭독한 졸업사가 눈에 끌리기 때문입니다.

 이제 막 졸업을 하지만 한국교회를 향한 걱정과 다짐이 들어있어서 여기 복사해서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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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70회 졸업생 대표 졸업사>

최정복 졸업생

 

 여기까지 인도해주신 하나님께 감사와 찬양을 드립니다. 쉽지 않은 길이었지만 하나님의 은혜로 졸업의 영예를 누리게 되었습니다.


 먼저 지도해 주신 교수님들께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오합지졸 같은 저희들을 훈련시키느라 마음 고생, 몸 고생 참으로 많이 하셨습니다. 태도도 불량하고 교양도 없던 저희를 이만큼 성장시켜 주셨습니다. 철저한 개혁주의 신학과 성경적 신앙을 마음 깊이 새겨 주셨고, 참된 목자의 모범을 몸소 보여 주셨습니다. 수업을 듣다가 진리를 깨닫고 감정이 복받쳐 조용히 눈물을 훔친 적이 한 두 번이 아니었습니다. 복음의 핵심을 깊이 깨우쳐 주시고 신앙을 불타오르게 해주신 교수님들께 충심으로 감사를 드립니다.

 그리고 신학생 남편과 함께 부르심에 순종하기 위해 어려움 가운데서도 값비싼 대가를 치러가며 인내한 졸업생들의 아내 분들에게 감사의 말을 전합니다. 아내 분들의 정성어린 수고와 기도가 없었더라면 졸업생 중 누구라도 신학에 정진하기란 불가능 했을 것입니다. 그리고 낳으시고 길러주시고 목회자가 되도록 평생을 후원해주신 부모님, 아빠를 기숙사로 떠나 보내고 기다려 준 사랑스런 아이들에게도 감사를 드립니다. 후원해 주신 교회와 성도님들, 여러 모양으로 섬김의 본을 보여주신 교직원 여러분께도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참으로 많은 분들에게 이처럼 큰 사랑의 빚을 지고 있구나 생각하니 마음 한 구석이 먹먹해 집니다.

  오늘 이 자리에서 지난 3년을 함께 수고한 동기들을 바라보니 우리 자신이 대견하기도 하고 뿌듯하고 기쁜 마음을 감출 수가 없습니다. 돌이켜 회고해보면 크고 작은 위기의 순간들이 많이 있었습니다. 히브리어, 헬라어 계절 학기 수업은 우리 모두에게 위태했던 첫 번째 순간이었습니다. 어려운 원어수업을 가까스로 통과했어도 주말에는 밀린 가정사역과 교회사역으로, 주중에는 넘쳐나는 과제들로 이를 다 감당하기에 벅찬 날들이 많았습니다. 아무리 힘들다고 해도 질병이나 사고가 우리를 피해가지는 않았습니다. 아내가 아프거나 자녀들이 질병과 사고로 입원하기도 했습니다. 교회와 가정이 처한 어려움에 미처 대응할 틈도 없이, 월요일이면 부지런히 학교로 달려와 숨가쁜 수업 일정을 따라가야 했으니, 새벽마다 답답한 마음을 기도로 쏟아 내지 않을 수 없었고 은혜 없이는 이 길을 걸어 갈 수 없음을 절감하였습니다.

 물론 어려운 순간만 있었던 것은 아닙니다. 동기들의 결혼 소식과 건강한 2세들의 출산 소식에 우리는 함께 기뻐하였습니다. 프로선수 못지 않은 경쟁심을 불태우던 체육대회, 우여곡절 끝에 다녀온 제주도에서의 3박4일간의 졸업여행, 근사한 레스토랑에서 교수님과 함께 식사를 하던 것도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 같습니다. 무엇보다도 경조사가 있을 때마다 어려운 사정에도 주머니를 털어 손에 쥐어주던 동기들의 사랑은 평생 잊을 수 없을 것입니다. 또 새벽 기도회와 경건회에서 은혜 받았던 말씀들, 지금도 빼곡이 성경 여백에, 그리고 마음에 잘 새겨 놓았습니다. 때로는 낮아져서 연단 받았고, 때로는 풍성한 위로를 경험했습니다. 오늘 돌이켜 믿음의 눈으로 바라볼 때 우리 하나님 아버지의 자비하신 섭리의 손길이 닿지 않은 날은 한 순간도 없었음을 고백합니다.

 이제 저희 졸업생들은 새롭게 믿음의 발걸음을 내딛고자 합니다. 구원의 은혜와 사명을 함께 받았으므로 더 없이 기쁩니다. 그러나 동시에 우리가 맞이해야 할 사역의 현장이 많이 어둡다는 것도 알고 있습니다. 지난 3년간 저희는 한국 교회가 처한 위기를 귀로 듣고 눈으로 보고 몸으로 실감하였습니다. 각종 이단이 득세하고, 무분별한 은사주의와 자유주의 신학이 교회를 어지럽히고 있음을 잘 알고 있습니다. 끊이지 않는 교계 지도자들의 각종 스캔들, 교회 내에 만연한 기복주의와 성장주의로 인해 세상을 꾸짖고 변화시켜야 할 교회가 도리어 세상의 비난과 비웃음을 사고 있다는 사실도 잘 알고 있습니다. 교회학교는 학원수업에 밀려 활력을 잃어버렸고, 포스트모더니즘적 세계관으로 교육 받은 청년들은 급속히 교회에서 빠져나갔습니다. 그나마 남아 있는 성도들의 많은 수가 참된 복음의 능력을 경험하지 못하고 이 교회 저 교회로 유리 방황하며 영적 기근에 허덕이고 있습니다. 세상에 소망이 되어야 할 교회가 도리어 그 생존 자체를 걱정해야 하는 상황으로 변해가고 있기에 마음이 무겁습니다.

 저는 이러한 암울한 상황에 우리 졸업생이라도 열심히 노력하면 상황을 역전시킬 수 있다는 근거없는 낙관론을 펼칠 마음은 없습니다. 다만 우리가 맞이할 상황이 아무리 캄캄하고 어둡다 할지라도 우리의 유일한 소망이요 빛이요 위로자이신 예수 그리스도를 더욱 바라보지 않을 수 없는 것입니다. 일제의 암울한 통치시절 순교의 상황 속에서도 그리스도의 몸된 교회를 향한 소망을 버리지 않았던 우리 고려파 선배들의 신앙의 피가 우리 몸 속에도 흐르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전수 받은 70년 고려파의 신앙, 500년 개혁주의 신앙, 2000년 사도적 신앙의 유산을 토대로 영광스러운 복음을 높이 들고 담대히 나가겠습니다. 이 시대의 도전들 앞에서 물러나지 않고, 찢기고 상한 심령들, 소외되고 눌린 자들, 가난하고 헐벗은 자들, 주리고 목마른 양떼들에게 가서 그들과 연대하고 영광스러운 복음을 전하며 성실하게 그리스도의 사랑을 실천하겠습니다. 한 걸음 한 걸음 인도하시는 성령님께 보조를 맞추면서 먼저 고신 교회를, 그리고 조국 교회를 책임지고 세워 가겠습니다. 우리 후배들에게 바통을 넘겨주기까지이 언약적 책무를 다하겠습니다. 그것이 우리가 이곳 선지학교에서 전수받은 제사장적 부르심이고 위로부터 받은 왕적 사명이기 때문입니다.

 이곳에 계신 여러분! 저희 졸업생들을 위해 지속적으로 기도해 주십시오. 우리들의 삶과 사역을 통하여 그리스도의 복음의 능력이 나타나고 이 땅 구석 구석에 하나님의 나라가 확장되며 하나님의 뜻이 이루어지도록 기도해 주십시오. 그리고 관심을 가지고 지켜봐 주십시오. 만약 우리 자신의 부패하고 타락한 본성으로 주어진 십자가를 외면하려 할 때, 재삼재사 우리 자신을 다시 봉헌하고 오늘 이 처음 자리로 되돌아 올 수 있도록, 여러분께서 기억나게 해 주십시오. 그리스도께서 다시 오시기까지 우리 졸업생 모두에게 힘과 능력 주시기를 간절히 바라며 이만 졸업사를 마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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