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부자는 시간부자 - 김은덕, 백종민 부부

Posted by 무룡산참새
2016. 12. 19. 07:00 책. book/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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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없어도 괜찮아”라는 주어가 빈 문장을 듣고 사람들은 냉큼 ‘돈’을 떠올린다. 없어도 괜찮은 게, 오직 돈만은 아닐 텐데 ‘돈’ 말고 선뜻 떠오르는 게 없다고 한다. 『한 달에 한 도시』 시리즈를 펴내며 여행작가가 된 김은덕, 백종민 부부는 서울에서 소비하지 않고도 행복해질 수 있는 방법을 실험하고 있다. 『없어도 괜찮아』는 “적게 소비하고 필요한 만큼만 갖고 살기”로 결심한 5년차 부부의 생활 보고서다. 소비만능주의 시대를 역행하는 이들 부부를 보고, 사람들은 “불편하지 않냐?”고 채근한다. 100만 원도 채 되지 않는 생활비로 서울에서 두 사람이 어떻게 살아가냐고 의문을 던진다.

 

이들 부부는 이렇게 솔직해도 되나 싶을 정도로 적나라한 생활을 글로 공개했다. ‘도시근로자 가구당 월평균 소득의 50% 이하’에 속해 가난을 인증 받고도 표정이 밝다. 이유는 자발적인 선택이었기 때문이다. 가난에 대해, 현실에 대해 묻고자 김은덕, 백종민 부부를 만났다. 두 사람은 시종일관 입가에 웃음이 떠나지 않았다. 자유로운 사람에게만 나오는 낯빛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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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로는 『없어도 괜찮아』가 첫 번째 책입니다. 쓰면서 어떠셨나요?

 

김은덕: 올해 3월부터 본격적으로 원고를 쓴 것 같은데요. 교정지가 나왔을 때 느낌이 너무 강렬했어요. 우리 일상을 너무 까발린 게 아닐까, 이게 책으로 나와도 될까, 독자들이 어떻게 반응할까. 궁금했어요. 이렇게까지 우리 삶을 구체적으로 밝힌 건 처음이라서요. 부모님이 보시면 어떡하지? 라는 생각도 들면서 좀 혼돈스러웠어요. 책이 나오면 빼도 박도 못하잖아요. 생각을 주워담을 수 없는데, 그래도 되도록 자기검열을 안 하려고 했어요.

 

백종민: 여행서가 아닌 책은 처음이라는 데 의미가 커요. 여행작가라고 국한되는 게 왠지 모르게 싫었어요. 다양한 이야기를 써보고 싶었기 때문에 『없어도 괜찮아』가 또 다른 첫 책이라는 느낌이 강해요.

 

독자들의 리뷰를 좀 읽으셨나요?

 

백종민: 후기들이 강렬해요. 예전 여행책은 반응이 좀 우호적이었다고 할까요? 이번엔 다르더라고요. “그래도 나는 어려워. 이렇게 살기는 힘들 것 같다”는 말을 많이 들었고요. “동조할 수 없다”는 분들도 있었어요. 

 

김은덕: 올라오는 리뷰를 챙겨 보고 있는데 반응이 극과 극이에요. “이렇게 가난하게 사는 게 강박이 아니냐”는 이야기도 읽었고, “아이가 없으니까 생각이 어린 것 같다. 아직 세상 경험이 적은 사람들”이라는 평가도 있었어요.

 

‘욕심 없는 부부의 개념 있는 심플 라이프’라는 표제가 눈에 띄었어요. 욕심이 없어지니 개념이 생기는 걸까? 하는 생각도 들더라고요.

 

김은덕: 저희 생활비가 무척 적잖아요. 마트에 가서도 쉽게 물건을 사지 못해요. 간혹 서글픈 감정에 빠지기도 하고 월급이 없는 신세를 한탄하기도 해요. ‘시간을 빼앗기고 먹고 싶을 것을 사먹을 것인가, 시간을 온전히 내 것으로 사는 대신 가난하게 살 것인가’를 두고, 종종 고민에 빠지죠. 주변에서 왜 이리 궁상스럽게 사느냐고 차라리 돈을 벌라고 하시는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희에게 선택의 기회가 다시 주어진다면, 적게 소비하고 하고 싶은 걸 하며 사는 방식을 선택할 거예요.

 

3,300원 짜리 스마트폰 요금제를 사용하신다고요. 이게 가능한가요?

 

백종민: 데이터 30MB 포함에 문자 30건, 통화 30분을 사용할 수 있는데, 이 요금제 자체를 모르는 분들이 많더라고요. 저희는 이 데이터도 남아요. 데이터 사용을 초과해 요금 폭탄이 나올 까봐 아예 사용하지 않으니까요. 외출할 때 공용 와이파이를 찾곤 하지만, 천천히 확인해도 크게 문제가 없는 삶이죠. SNS를 들여다보면서 시간을 죽이는 것보다 책을 읽는 편이 좋아요. 덕분에 시간 부자가 됐죠. 저희는 동네 구립도서관을 자주 가요. 시간이 날 때마다 좋은 책을 읽으려고 해요.

 

두 사람의 수입은 원고료와 인세가 전부인가요?

 

김은덕: 현재는 그렇죠. 예전 책이 나왔을 때는 강연을 종종 했지만 요즘은 없어요. 불안전한 금전 상황이지만 적게 쓰면서도 만족스럽게 사는 방법을 체득하고 있어요. 저희 노후 준비의 핵심은 하고 싶은 것들을 지속가능하도록 만드는 것이에요. 글 쓰는 일은 노후를 위한 꽤 괜찮은 직업이라고 생각해요.

 

인간관계에 관한 글도 인상 깊었습니다. 관계들이 많이 정리되셨다고요.

 

김은덕: 저희가 결혼 후 세계 여행을 하면서 한국에 없었잖아요. 자연스럽게 관계가 정리됐어요. 간혹 우리의 가난을 불편해 하는 분들이 있어요. 반면 ‘그렇구나’라고 별반 다르지 않게 여기는 분들이 있고요. 아무래도 후자인 경우가 더 관계를 맺기 편하죠.

 

백종민: 기본적으로 삶의 결이 비슷한 사람과는 계속 연을 잇게 돼요. 가난하지 않든 가난하든, 그건 관계가 없어요.

 

최근 이사하신 걸로 알아요. 그럼 외국인 민박은 현재 안 하고 있나요?

 

김은: 원고를 넘기고 난 후, 은평구로 이사를 갔어요. 상황이 많이 바뀌었죠. 어쩔 수 없이 대출을 받아 전세로 갔는데, 보조금은 깎이고 보험료를 올랐어요. 월세를 살다가 전세로 가면, 대출을 얼마를 받았든 재산이 많아진 걸로 국가는 판단하더라고요. 대출 없이 살아야 하는 게 맞는데, 여행을 다니다 보니 월세가 이중으로 빠져서, 어쩔 수가 없더라고요.

 

에세이 제목이 『없어도 괜찮아』인데요. 독자들이 가장 먼저 떠올리는 것은 ‘돈’이라고요.

 

백종민: 모든 가치의 기준이 돈이 돼버린 것 같아요. 돈이 없으면 안 돼! 라는 생각이 가장 먼저인 거죠.

 

자발적인 가난을 선택했지만, 평범하게 살았던 지난 날들이 그립지는 않나요?

 

김은덕: 가끔 그리워요. 돈을 써서 타인에게 기쁨을 줄 때가 있잖아요.

 

백종민: 농담처럼 이런 말을 해요. 왜 하필 우리는 부가 아닌 가난을 택했을까. 부를 선택할 수도 있었을 텐데, 하고요.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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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부자는 시간 부자

 

두 분의 믿는 구석은 뭔가요?

 

백종민: 좀 오글거리실 수도 있는데요. 은덕 씨가 제 믿는 구석이에요. 다른 사람이랑 결혼했더라면 시도를 못했을 거예요. 이 친구니까 이렇게 살 수 있는 거예요. 언젠가 힘들어질지라도 헤쳐나갈 거라는 믿음이 있으니까요. 저는 사이가 안 좋은 부부를 보면 슬퍼요. 정말 가장 친한 사이일 수 있는 관계가 부부인데, 끝까지 가기로 마음먹고 결혼해놓고 멀어진 부부들을 보면 안타까워요.

 

직장 동료로 처음 알게 되셨다고요. 연애를 시작할 때, 이 사람이다 싶었나요?

 

백종민: 아마 사귀기로 결심한 게 전화 통화했을 때예요. 영화사를 다닐 때, 상의할 게 있어서 전화를 했는데요. 통화를 하면서, 이 친구랑 결혼하겠다 싶더라고요. (웃음) 뭔가 퍼즐을 맞췄다는 느낌이 들었는데, 각자 인생을 두고 생각했던 그림이 맞았던 것 같아요.

 

은덕 씨도 같았나요?

 

김은덕: (웃음) 함께 일할 때는 일을 참 못한다고 생각했어요. 우리는 정말 드문 케이스인데요. 생각하는 바를 계속 실천에 옮기면서 사는데, 지금 생각해봐도 굉장한 우연, 굉장히 행운이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어요.

 

만약 책이 놀랍게 성공해서 부자가 된다면요. 삶이 달라질까요?

 

백종민: 사실 며칠 전에 좋은 꿈을 꿔서 로또를 샀어요.

 

자발적 가난을 선택해놓고, 로또를 사면 안 되지 않나요?

 

백종민: 돈이 있으면 우리가 만들고 싶은 방향으로 더 빨리 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사실 우리는 매주 책이 정말 많이 팔리는 상상을 해요. (웃음) 하지만 우리 삶의 균형이 무너지진 않을 거예요.

 

만들고 싶은 방향이 무엇인가요?

 

김은덕: 공동체를 생각하고 있어요.

 

백종민: 결혼선언문에도 썼는데요. 결혼을 안 하고 평생 늙어갈 친구들하고 공동체를 만들고 싶어요. 지금 세상은 다름을 틀림으로 생각하잖아요. 각자 다른 사람들이 마음을 다치지 않는 공동체를 만들고 싶어요. 어느 나라라고 크게 의미 두지 않고요. 여러 곳을 계속 돌아다니면서 사는 방식이에요. 아, 상상만 해도 즐겁네요.

 

부부가 세계 여행을 오랫동안 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요? 노하우가 있을까요?

 

김은덕: 저희는 정말 많이 싸웠어요. 에어비엔비를 했기 때문에 남의 집 물건이라서 못 던졌을 뿐이지, 소장하고 있었던 물품들은 거의 한 번씩 다 던져봤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에요. 중요한 건, 싸우는 횟수가 점점 줄었다는 거예요. 한 달에 두 번 싸우다가 그 다음 달은 한 번, 그 다음에는 두 달에 한 번 싸우게 되더라고요. 그래서 겨우겨우 여행을 마치고 돌아올 수 있었는데요. 지금 생각해보면 충분히 헤어질 수도 있는 상황이 많았어요. 아마 우리가 사전에 계약된 책 세 권이 없었더라면, 더 많이 싸웠을지도 모르겠어요.

 

백종민: 부부가 싸우는 건 나쁘지 않다고 생각해요. 격렬해질 수 있는 건 좋아요. 중요한 문제는 상대에게 의지하지 않고 스스로 해결하는 거라고 생각해요.

 

세계여행을 하면서 가장 놀라웠던 장면으로 ‘의자에 앉아서 계산하는 마트의 점원’을 꼽으셨어요. 정말 다양한 경험을 했을 텐데, 마트 이야기를 소개해서 좀 놀랐어요.

 

백종민: 극동 아시아를 제외한 전 세계의 점원들이 의자에 앉아서 계산을 하더라고요. 작은 짐이라도 기계를 이용해 움직였고요. 고객 문의에 대해 필요 이상의 친절이나 미안함을 보이지 않았어요. 한국 마트처럼 서비스 종사자에게 극진한 대접을 받는 곳은 없더라고요.

 

김은덕: 저희가 가난을 선택하고 이런 책을 낸 데는 세계 여행을 하면서 얻은 경험이 바탕이 됐어요. 사람들이 성숙해가는 과정을 눈으로 보면서, 우리의 미래를 그려봤어요. 굳이 이 이야기를 쓴 이유도 있어요.
 
백종민: 며칠 전, 집에 쌀 배달이 왔어요. 정부미라고 들어보셨나요? 가난한 가정에게 쌀을 50% 할인된 가격으로 살 수 있도록 하는 제도인데요. 쌀을 배달하러 오신 분이 저희 집 문을 심하게 두드리시더라고요. 제가 문을 열었더니, 막 화를 내시면서 “왜 전화를 안 받냐”는 거예요. 한창 통화 중이어서 연결이 안 된 걸, “전화를 가지고 있으면서 왜 받지 않았냐”고 성을 내시더라고요.

 

김은덕: 종민 씨랑 평소에도 시민의식에 관한 이야기를 많이 해요. 세계 여행을 하면서 저희는 조금씩 시민 의식이 성장했다고 생각하는데요. 우리나라는 시민 교육이라는 것 자체가 전무하잖아요. 프랑스에서는 시민교육을 교과서로 채택했는데, 우리나라 사람들은 어디서 배워야 하지? 그런 생각이 들어요.

 

진짜 부자란 어떤 사람일까요?

 

김은덕: 자기 시간을 자유롭게 쓸 수 있는 사람이 부자 아닐까요? 아무리 돈이 많아도 시간을 마음대로 쓸 수 있는 사람이 많지 않잖아요. 현대 사회에서 가장 비싼 가치는 시간이라고 생각해요. 시간이야 말로 모든 사람에게 공평하게 주어지는 유일한 가치잖아요. 그래서 부자들이 노동자들의 시간을 뺏으려는 게 아닐까요? 사고하지 말라고요.

 

백종민: 요즘 간편 결제가 유행이잖아요. 사람들이 사고나 사유를 못하게 하는 방식이죠. 그러려고 하진 않았지만, 우리가 지금 자본주의에 반하는 행동을 적극적으로 하고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어요.

돈이든 인기든, 알고 보면 허상인 것을 너무 많이 소유한 사람을 볼 때, 어떤 생각이 드나요?
 
백종민: 물건이 많은 사람들을 볼 때는 ‘저거 다 쓰나?’, 지나치게 인간관계가 많은 사람을 볼 때면, “다 연락하고 사나?” 싶어요. 모두 자기 것이라고 생각하는지도 궁금하고요.

 

김은덕: 아마 그 사람들은 모를 거예요. 없이 사는 게 얼마나 홀가분한지요. 하지만 그들은 자신이 많이 가졌다는 인식을 못할 테니까, 우리가 굳이 그것을 말할 필요가 있을까. 그런 생각도 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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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존하지 않아야 관계가 깊어진다


청첩장을 만들면서 ‘결혼 선언문’을 작성하셨잖아요. 집안에 선언문을 붙여 놓았나요?

 

백종민: 침실에 있어요. 어렵지만 지키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김은덕: 결혼식에 왔던 분들이 가끔 물어봐요. 지금도 이 선언문대로 살고 있냐고. 가장 중요한 건, 우리가 독립된 개체로 평등한 관계로 살아가느냐였어요. 성공보다는 개인의 행복에 가치를 두는 것은 물론이고요. 가장 어려운 건, 아홉 번째 항목 상대를 향한 비난과 힐난을 경계하는 일이에요.

 

아이를 갖지 않겠다고 약속하고 결혼하는 커플들이 많아지고 있어요. “왜 아이를 갖지 않냐?”는 물음은 폭력이 될 수 있어요. ‘아이를 선택하지 않을 자유’에 관한 글도 기억에 남아요.

 

백종민: 우리는 선택을 한 거예요. 하지만 선택을 못하는 사람들도 있기 때문에 누군가에게는 저희의 대답이 폭력일 수 있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말하는 건, 다양성이라는 문제를 강조하고 싶어서예요. 우리가 아이를 낳지 않겠다고 생각한 가장 큰 이유는 좋은 부모가 될 수 있는지에 대해 판단을 내리지 못했기 때문이에요. 아주 잘 안다고 이야기할 수는 없지만, 지금 한국 사회에서는 아이를 키우기 너무 어려워요. 조금이라도 부모로서의 자격이 부족하다면 아이 낳기를 고려해야 하지 않을까, 남들 모두가 낳는다고 해서 자신도 그래야 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김은덕: 솔직히 말해 살면서 제 안에 모성애가 발현된 적이 없어요. 제 자신을 너무 잘 알 것 같아서, 나을 자신이 없어요. 일말의 모성애도 없는 사람인데, 아이를 낳아도 될까, 아이를 낳을 필요가 있을까. 생각하게 돼요.

 

두 분을 보니, 끊임없이 서로를 보고 웃고 있어요. 비혼주의자였던 두 사람이 벌써 5년차 부부가 됐는데, 배우자를 선택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뭐라고 생각하나요?

 

김은덕: 나를 주방으로부터 해방시켜주는 사람인지, 또 하나는 나를 자신의 부모와 별개로 구별할 수 있는지를 생각해봐야 할 것 같아요. 상대에게 ‘우리 집의 딸로, 아들로 같이 가자’며, 착한 역할을 기대하면 서로가 힘들어질 수 있어요.

 

백종민: 의존적인 존재보다는 끊임 없이 뭔가를 해볼 수 있는 사람인가가 중요해요. 상대에게 의지하지 않아야 관계가 오래 지속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아무래도 심플 라이프에 관심이 많은 독자들이 책을 읽을 텐데요. 저자로서 어떤 특정 인물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면요?

 

김은덕: 직장을 오래 못 다니는 분이 읽으면 좋겠어요. 제가 그랬거든요. 왜 나는 오랫동안 직장을 다니지 못할까 고민했는데, 다른 사람을 탓할 필요가 없더라고요. 내가 한 곳에 오래 머무르지 못하는 사람일 뿐인데, 이게 굳이 나쁜 것도 아닌데 자꾸 문제라고 여겼던 것 같아요. 내 삶을 바꿔보고 싶거나, ‘왜 이렇게 내가 힘들까’ 생각하는 분들이 보면 좋을 것 같아요.

 

백종민: 읽어준다는 가정 하에서 생각한다면, 누가 봐도 부족함 없이 보이는 사람이 읽으면, 어떤 생각을 할지 궁금해요. 어떤 독자 분이시건 책을 읽고 느낀 점을 말해주셨으면 좋겠어요. 잘 포장된 미니멀 라이프로 보일지도, 어느 부분의 정신 승리로 보일지도 모르겠는데요. 어떻게 읽으셨는지가 저희는 너무 궁금해요.

 

김은덕: 『한 달에 한 도시』는 여행책이었지만, 『없어도 괜찮아』는 글 자체인 것 같아요. 저도 사실 종민 씨처럼 독자들의 반응이 무척 궁금해요. 글 자체에 대한 이야기도 듣고 싶고요.

 

후속작도 궁금합니다.

 

김은덕: 내년 출간을 목표로 글을 쓰고 있어요. 한 출판사에서 『월든』을 저희에게 쥐어주면서, 이런 책을 한 번 써보자고 그러셨는데요. 나중에는 사과하셨어요. (웃음) 겨울까지 원고를 다 쓰는 게 목표예요. 서울에 사는 젊은 부부가 삶을 바라보는 관점에 관한 이야기를 담을 계획이에요. 『없어도 괜찮아』보다는 좀 더 사회적인 글이 될 것 같아요.

 

부부가 따로 책을 써볼 생각은 없나요?

 

김은덕: 종민 씨가 출판사에 제안했는데 거절 당했어요. (웃음)

 

백종민: 저희가 글빚이 하나 있거든요. 은덕 씨가 책을 쓰는 걸 힘들어 해서, 저 혼자 해볼까 하고 제안했는데 출판사 담당자 님께서 “우선 다음 책에 그렇게 해보시고요”라고 하셨어요. (웃음) 다음도 어렵지 않을까 싶어요.

 

김은덕: 저는 욕심이 없어요. 뭐랄까, 글에 자신이 없어요. 타고난 재능으로 글을 쓰는 분들도, 갈고 닦아서 수련을 통해 쓰는 분도 있으신데요. 전 둘 다 아닌 것 같아요. 그래서 일인분 역할이나 잘하자 주의예요.

 

올해가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2016년에 읽은 책 중에 가장 인상 깊은 책을 꼽는다면요?

 

김은덕: 며칠 전에 재레드 다이어아드의 『총,균,쇠』를 읽었어요. 끝까지 읽으면서 ‘왜 이렇게 똑같은 이야기를 반복하고 있나’ 싶었어요. 유시민 작가가 <채널예스> 인터뷰에서 『사피엔스』를 소개하면서 “읽은 사람이 자꾸 권해주는 책이다. 이런 책을 볼 수 있다는 게 얼마나 축복인지 모른다”고 말하셨잖아요. 저는 『총,균,쇠』를 읽으면서 이 생각을 했어요. 일주일 정도 읽었는데 650쪽을 읽는 내내 행복했어요.

 

백종민: 최근작인데 『출퇴근의 역사』를 인상 깊게 읽었어요. 처음에는 철도에 관한 이야기인줄 알았는데 사회 문화를 다룬 흥미로운 책이더라고요. 현대인은 왜 집에서와 직장에서의 모습이 다를까, 현대 사회의 도로 시스템이나 왜 우리는 큰 차를 타고 있는지 등 많은 고민을 하게 만든 책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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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널예스>에 여행 칼럼 ‘남녀, 여행 사정’을 연재 중이에요. 자유 주제로 칼럼을 쓴다면,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나요?

 

백종민: 없이 사는 이야기를 확장해봐도 좋을 것 같아요.

 

김은덕: 조금 더 사회적인 메시지를 쓰고 싶어요. 내년 4월부터 집 바꿔 살기 프로젝트를 시작할 예정인데요. 그 이야기를 써도 좋겠어요. 4월부터 8월까지 아르헨티나와 캐나다에서 각각 두 달씩 살아볼 예정이거든요.

 

사람의 생각은 언제 바뀔지 모르는데요. 두 사람이 선택한 자발적 가난이 언제까지 유효할까요?

 

백종민: 사실 저희도 무서워요. 눈을 감는 순간까지 지금 방식으로 살고 싶지만, 어떻게 될지 모르죠. 저도 모르게 타보고 싶은 차를 볼 때도 있으니까요.

 

김은덕: 책에 “눈을 감는 순간까지 지금 삶의 방식을 유지할 생각”이라고 썼어요. (웃음) 저 역시 무서운데요. 나이가 들수록 다양한 경험이 늘어날 테니, 기획력만 유지한다면 생산해낼 수 있는 콘텐츠는 많을 거라 생각해요. 무엇보다 중요한 건, 내일이 없는 것처럼 오늘을 즐기면서 사는 삶이니까요.

 

 


 

 

없어도 괜찮아김은덕,백종민 공저 | 박하
여기 사지 않는 대신, 살 수 없는 ‘삶의 균형’을 얻기 위해 과감한 선택을 한 부부가 있다. 김은덕, 백종민 이 두 사람만의 미니멀 라이프를 생생하게 담은 『없어도 괜찮아』는 물질적인 것에만 치우치지 않고, 간소한 삶을 선택하고 유지하며 사는 마음가짐과 사고방식부터 이야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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