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겨운 일상을 재미있게 탈출하는 방법 - 『너무 일찍 어른이 될 필요는 없어』 홍윤희 역자 인터뷰

Posted by 무룡산참새
2017. 2. 19. 10:00 책. book/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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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일찍 어른이 될 필요는 없어!』에서는 소위 존재하지 않는 규칙을 깨고, 웃음과 추억 가득한 인생을 사는 방법에 대해 말한다. 만성적인 무기력증과 과도한 책임감에 시달리는 어른에 대해 책의 저자인 제이슨 코테키는 ‘어른병(adultitis)’이라는 증상을 진단한다. 대부분의 현대인에게 나타나는 ‘어른병’의 원인은 바로 ‘실제로는 존재하지도 않는 규칙을 지키느라 개성과 에너지를 잃은 채 아무런 변화도 재미도 없이 살아가기 때문’이다.


역자인 홍윤희는 한국외국어대학교 영어과와 동대학 통번역대학원 한영과를 졸업하고, 15년간 공공 커뮤니케이션 업무에 종사하며 글쓰기를 해왔다. 특히 현재 옥션 홍보팀장이자, 장애 인식 개선 운동과 장애인 이동권을 개선하는 활동을 꾸준히 하는 이력이 특이하다. 홍윤희 역자를 만나 책과 활동하고 있는 영역에 관해 들었다.


어른병 자가테스트가 나와 있는데, 어른병이란 무엇인가요? 본인은 어느 정도 어른병 증상을 보이고 계신지도 궁금합니다.


어른병은 '관습을 그대로 비판없이 수용하는 것'을 통칭합니다. 자기만 그렇게 하는 것이 아니라 가족이나 남에게까지 강요를 하는 것이 문제죠.


저는 경증 어른병 환자로 나오더라구요. 사실 대부분의 한국 직장인들은 어른병에 시달릴 수밖에 없어요. 조직에 순응하는 것이 미덕이 되면서 일상 생활의 어떤 문제에서도 기존에 정해 놓은 규칙을 그대로 따르는 게 몸에 배어 있으니까요. 저도 예외는 아니겠지요.


직장인이 공감할 만한 이야기가 많습니다. 직장인으로서, 혹은 ‘어른’으로서 가장 인상깊었던 부분이 있었나요?


'휴가지에서는 일정을 꽉꽉 채워서 놀러다닌다'는 것이 '존재하지 않는 규칙'이라는 게 가장 인상적이었어요. 1년에 몇 번 쉬지 못하다 보니 휴양지에 가서도 쉬기보다는 '여기 또 언제 오겠냐'라는 느낌으로 여행책을 뒤져서 하루 일정을 시간 단위로 짜죠. 노동하고 온 듯한 느낌이 들기 십상이었거든요.


휴가 보내는 방법뿐 아니라, 책을 읽고 나면 무의식적으로 기존의 룰에 맞춰 사는 삶에 대한 회고를 하게 됩니다. 룰에 맞춰 쳇바퀴처럼 돌아가는 삶을 그대로 수용하다 보면 어느 순간 자신의 삶에서 밀려나 있는 자신을 보게 되죠. 그 삶에 집중한 나머지 '다른 세계'를 알아가려는 호기심 근육이 퇴화하고 결국 그 세계를 알아야 하는 가장 중요한 시기에 불행해질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런 측면에서 삶의 여정을 바꿀 수도 있는 책입니다.

 

‘지금의 한국에서는 비현실적이라는 생각’이 드셨지만, 알파고가 이세돌을 이긴 사건으로 생각이 바뀌었다고 쓰셨습니다. 이유가 뭔가요?


책 내용 중에 ‘아이들에게 백만가지 과외활동을 시키는 것’이 존재하지 않는 규칙이라는 점에 격하게 공감하는데요. 아이가 나이가 들수록 학원에 보내지 않으면 다른 아이들과 어울릴 기회 자체가 너무 적더라구요. 그런 측면에서 사실 내키지는 않지만 학원에 보내곤 했지요. 저희 아이에게는 신체 장애가 있어서 사회성 습득이 너무 중요한데 말이죠. 신체가 불편하다 보니 아이가 대학을 진학해 뭔가 사무 업무를 보는 직업을 가지는 게 어떨까 하는 생각도 했었어요. 그러려면 한국 현실에서는 대학 진학이 필수적이죠. 입시를 겪어야 하고요.


그런데 그때 알파고 현상이 화제가 됐어요. 너무나 충격적이었습니다. 바둑 고수가 수십 년간 연마한 바둑노하우를 인공지능이 쉼없이 지치지 않고 훨씬 짧은 시간 안에 마스터할 수 있으니까요. 우리는 대학 입시를 통해 정해진 답을 찾는 교육을 받아왔고 아이들에게도 그 시스템을 그대로 적용하고 있는데 ‘정해진 답 찾기’ 자체가 의미가 없어진 셈이죠. 그때 이 책에서 얘기하는 “존재하지 않는 규칙을 깨라”가 앞으로의 삶에서 생존 기술이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기존 관습대로, 교육 내용을 비판 없이 습득하다 보면 언젠가는 로봇에게 추월당하잖아요. 아직 어떻게 이 규칙을 창의적으로 깰 것인지에 대한 답은 구하지 못했어요. 하지만 그 답변을 구하고자 하는 의지와 과정이 개개인에게 큰 자산이 될 것이라고 생각해요.

 

한국에서 이 책의 내용이 의미가 있는 지점이 있다면요?


한국은 수십 년 동안 압축성장을 통해 빠른 속도와 물질적 성공을 중요시하는 사회가 되었어요. 바빠 죽겠다고 얘기하며 일터에서 밤늦게까지 혹사당하고 가족과의 시간도 제대로 보내지 못한 채 경쟁에 내몰리다가 결국 조직에서 내쳐지고 나면 별달리 할 것이 없어 자영업으로 내몰리고 거기에서 실패하면 급격히 빈곤층으로 추락하는 불안한 사회 모델을 가지고 있죠. 사회가 원한다고 착각하는 규칙대로 살아가다가 그 사회에서 배신당하는 구조인 셈입니다. 특히 인공지능이나 아이티 기술의 급격한 발전이 양질의 일자리를 없애고 일자리 지형을 바꾸는 지금, 기존의 규칙대로 사는 것에 익숙한 사람들이 큰 변화의 물결에 휩쓸리기 전 스스로 기존 규칙을 타파하는 시도를 해 봐야 한다고 생각해요..

 

다르게 사는 사람들에게 좋지 않은 눈길을 보내는 사회라고 생각합니다. 섣불리 따라 하기 쉽지 않을 것 같은데, 실제로 책의 내용을 적용하려면 어떻게 해야 될까요?


책에서 소개한 대로 일상의 아주 작은 부분에서 일탈을 감행해 보면 서서히 '남과 다르게 살아가기'에 대한 용기를 확대할 수 있습니다. 예전에 김정운 교수가 자신이 원래는 매우 보수적인 사람이었는데 머리를 뽀글뽀글하게 파마한 후 젊은이들의 외모에 대해, 세상의 다른 것에 대해 평가하는 대신 관대해지기 시작했다는 토로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책에는 저자가 '너무 튈 것 같아서 사지 못했던' 빨간색 운동화를 용기 내서 산 후에 자신의 용기를 확대한 사례가 나옵니다. 저자가 막판에 '당신의 빨간 운동화는 무엇입니까?'라고 말합니다. 이렇게 겉모습에서 작은 변화를 감행하면 행동으로도 변화를 확대할 수 있지요.

 

아이의 말에 귀 기울이게 됐다고도 쓰셨습니다. 부모가 이 책을 읽는다면 다르게 와 닿을 수도 있을 것 같은데요. 부모가 중점을 두고 읽었으면 하는 부분이 있나요?


제이슨 코테키가 두 아이를 키우면서 느낀 점을 책에 실었는데 공감이 많이 됐어요. 예를 들어, ‘우유 거품을 불면 안된다’는 규칙을 아이에게 강요하는 대신, ‘밥을 몇 숟갈 더 먹고 나서 재밌는 우유거품 불기를 또 하자’는 식으로 아이의 즐거움을 빼앗지 않고도 스스로 밥먹기 교육이라는 목표도 달성했다는 얘기도 인상깊었고요. ‘꼭 선 안에만 색칠할 필요는 없잖아’ ‘아이들에게 지루함이란 선물을 선사하라’ ‘자고 있는 아이들을 깨워서 잠옷바람으로 아이스크림을 먹으러 가라’ 등의 내용도 인상깊었고요. 책을 다 읽으면 아마도, 부모라서 아이들에게 어떤 것을 꼭 가르쳐야 한다는 강박관념 대신 아이들을 잘 관찰하고 아이들의 순수한 시각에서 오히려 어른들이 배울 점이 많다는 것을 깨닫게 될 겁니다. 


옥션 홍보팀장이면서 번역을 하는 이력이 흥미롭습니다. 어떻게 일을 시작하게 되셨나요?


트로이목마 대표님과 오랫동안 한 모임을 통해 알고 지냈는데 대표님이 제 페이스북 계정에 간간히 올리는 글을 보면서 번역을 해도 좋겠다고 생각을 하셨대요. 번역에 따라 글 맛이 달라지기 때문에 번역에 매력을 느끼고 있었던 터라 주로 주말 시간을 이용해 번역을 시작하게 됐습니다.

 

장애 인식 개선 운동도 활발하게 하고 계신 걸로 알고 있습니다. 옥션 케어플러스 개발이나 무의 지하철 활동 등을 진행해오셨는데, 어떤 내용인가요?


딸이 태어났을 때 척추에 종양이 있어 항암치료 후 하반신마비가 남게 됐어요. 장애를 평생 안고 살아야 하는 아이가 최대한 자유롭게 세상을 다니게 해 주고 싶었어요. 몸의 자유는 마음의 자유로 이어지니까요. 그렇게 장애인 이동권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장애가 무의미해지는 세상’을 만들자는 ‘무의’ 란 단체를 통해 장애인 이동권에 대한 문제점과 솔루션을 제시하는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또한 장애가 있는 아이를 키우면서 누구에게 물어볼 수도 없었고 항상 답답했던 장애용품을 오픈마켓에서 모아서 판매하고 싶은 생각으로 다니는 회사인 옥션에 제안해 만든 코너가 ‘케어플러스’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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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의(Muui) 구성원들. 맨 오른쪽에서 두 번째 홍윤희 역자.

 

다른 나라와 비교했을 때 한국의 장애인 이동권 현황은 어떤지 궁금합니다.


지역에 따라 차이는 있으나 미국, 일본, 유럽, 호주 등과 비교했을 때 한국의 장애인 이동권 상황은 매우 열악한 실정입니다. 턱 때문에 상당수의 건물에 휠체어가 들어갈 수 없고 휠체어를 실을 수 있는 저상버스 비율은 전국 평균 20퍼센트, 시외버스는 0퍼센트인 상황입니다. 호주의 휠체어 친화적 대중교통 안내 시스템과 인프라를 수입하고 싶네요. 호주의 한 건물에 갔을 때 “여기는 경사로가 없나?”고 물었더니 “반드시, 어디나 경사로가 있다”고 당당하게 말하던 건물 관리인의 표정이 생각납니다. 전동휠체어 사용자도 움직이기 충분한 공간이 확보된 넓은 장애인화장실 설치를 의무화하는 미국의 연방장애인법도 수입하고 싶고요. 거의 모든 놀이기구를 휠체어 이용자도 탈 수 있게 만들어 놓았던 일본이나 홍콩 놀이공원도 수입하고 싶네요.

 

앞으로 소개하고 싶은 책, 하고 싶은 일이 있나요?


제가 세상에 없더라도 아이가 좀더 자유롭게 살 수 있도록 아이에게는 자신감과 세상에 대한 도전을 심어 주고 싶어요. 또 세상이 휠체어가 더 자유롭게 다니는 곳이 되도록 만들고 싶기도 하고요. 그런 목적에 부합하는 책이나 컨텐츠 번역도 하고 싶습니다.

 

 


 

 

 

너무 일찍 어른이 될 필요는 없어!제이슨 코테키 저/홍윤희 역 | 트로이목마
아티스트이고 책을 쓰는 저자이자 수많은 사람들에게 재미있고 감동적인 강연을 하는 제이슨 코테키는, 《너무 일찍 어른이 될 필요는 없어!》에서 소위 존재하지 않는 규칙을 깨고, 웃음과 추억 가득한 인생을 사는 방법에 대해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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