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학교 간호대학 김성재 학장 삭발 투쟁.

Posted by 무룡산참새
2015. 11. 7. 07:00 보건복지/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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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015년 10월 30일 밤.

 서울역 광장에서 대규모 집회가 열렸다.

 

 이 곳에서 2년제 간호조무사(1급 간호지원사) 학과 개설 반대에 관한 집회가 열렸습니다.

 

 내가 생각해도 이해 할 수 없는 이러한 법안이 마련되고 있다는 소식과 현재 대한간호협회가 묵인하고 있다는 충격적인 말까지...... (평생 회비까지 냈는데.....-_-;;)

 

 급기야 서울대학교 간호대학 김성재 학장님이 다음과 같은 말을 남기고 삭발식을 거행하였습니다.

삭발 투쟁이 너무 구식이고 보는 사람에 따라서는 혐오스럽기 까지 한 것을 이들도 모르는 바가 아니지만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우리들의 투쟁의 의미를 전달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우리 선배 간호사들이 40여년간 힘써온 투쟁 중 하나가 간호학제 4년제 일원화 투쟁이었습니다.

그 동안 전문대학에서는 학사학위를 줄 수 없다는 정부측의 고리타분함으로 인하여 좌절되다가 드디어 2011년 법안이 통과되어서 전문대학 간호과도 4년제 학위과정으로 일원화될 수 있게 되었고 덕분에 물리치료학과나 응급구조학과 같은 다른 보건계열 전문대 학과 등도 4년제 일원화 할 수 있는 명분이 생기게 되었습니다.

 

 저는 입학 할 때 4년제 일원화 전이라서 3년제 간호전문학사를 나온 이후에 독학사 고시를 통해서 학사 학위를 수여 받았습니다.

 

 그런데, 이제와서 4년제 일원화 시켜놓으니 간호조무사를 1급 간호실무사와 2급 간호실무사로 나누고 1급 간호실무사에게는 보건복지부에서 면허증을 부여하는 법안을 통과시키겠다고 발표를 하고 있습니다.

 

 이 글을 보시는 많은 분 들 께서는 면허증이 뭐가 대수냐고 말씀하시지만 면허증과 자격증(현재 간호조무사는 자격증입니다.)은 다른 존재입니다.

 

 예를 들어 '컴퓨터 활용능력' 자격증 없이 컴퓨터를 다루는 것에 대해서 법적인 제재를 가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운전면허증' 없이 운전을 하게 된다면 무면허 혐의로 법적 처벌을 받게 됩니다.

 이 말은 '면허증'은 법적인 규제와 지위, 행위 등을 받게 되는 중요한 자리입니다.

 우리 나라에 간호조무사가 생기게 된 이유가 1960년대 서독으로 많은 간호사 인력이 넘어가게 되면서 갑자기 부족해진 인력을 보충하기 위해 만들어진 인력입니다.

 간호사가 3,4년 학제를 거치고 1000시간 이상의 병원 실습을 거친 이후에(정말 눈물나는 실습기간이었습니다.....ㅠㅠ) 국가고시를 통하여 면허증을 받게 되는 것과 달리 간호조무사는 학원에서 약 6개월 가량의 이론 교육 및 실습을 받고 시험을 거쳐서 자격증을 받게 되는 직책입니다.

 

 당연히 임상경험이나 지식 수준에서 차이가 발생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기에 간호조무사는 간호사 들에 비해서 연봉이 낮게 책정됩니다.

 

 여기에 문제가 있습니다.

 대형병원이나 대학병원, 명성을 갖춘 전문병원 등에는 간호인력이 충분히 배치되어 있어 큰 문제가 되지 않지만 중소병원이나 요양병원같은 곳은 간호 인력이 부족하여 간호조무사로 인력을 대체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이들은 의료인이 아니기 때문에(여기서 의료인은 의료법에 명시된 의사, 치과의사, 한의사, 간호사, 조산사 등을 말합니다.) 여러가지 법적인 제약이 따릅니다.

 의료인이 아니기 때문에 침습적인(주사 등) 처치 등을 법적으로는 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요양병원 등에서는 간호조무사가 주사를 주는 경우가 많지요.

 이러한 괴리감을 줄이기 위해서 의사협회에서 로비를 통하여 간호조무사를 의료인으로 만들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만약 이 법이 통과된다면 이 세상에서 4년제 간호학과를 나와서 간호사가 될 사람은 어디에도 없어지는건 물론이고(당신이 고용주라면 월 200만원 줘야하는 인력을 뽑겠습니까? 월 150도 안되는 인력을 뽑아서 일 시키겠습니까?) 의료 질이 전반적으로 떨어지면서 의료사고도 예전보다 더 늘어나게 될 것인데 누구의 건강이 문제가 아닌 나와 당신, 그리고 가족들의 문제가 됩니다.

 

 ▲ 김성재 서울대 간호대학 학장이 결의문 낭독 후 삭발을 하고 있다.

 ▲ 집회 참가자들이 자신의 핸드폰에 2년제 학제를 반대하는 내용을 적은 뒤 들어보이고 있다.

 ▲ 집회 참석자들이 보건복지부와 대한간호협회를 비판하는 내용의 피켓을 들고 있다.

 ▲ 집회 참석자들이 2년제 간호인력 신설을 반대하는 내용이 담긴 피켓을 들어보이고 있다.

 ▲ 집회 참석자들이 2년제 간호인력 신설을 반대하는 내용이 담긴 피켓을 들어보이고 있다.

▲ 집회 참석자들이 2년제 간호인력 신설을 반대하는 내용이 담긴 피켓을 들어보이고 있다.

 

<다음은 10월 30일 서울대 간호대학장 김성재 교수님의 연설문입니다.>

 

 제가 84년부터 강의를 시작했으니,
올해로 만 31년째 간호교육자로 종사해온 서울대 간호대학 교수 김성재입니다.
2년제 학제 신설이라는
이, 말도 안되는 시대역행적 발상이 논의된다는 것 자체에 대해
한사람의 선배로서 후배 들앞에서, ...
그리고 한사람의 선생으로서 지난 31년간 내가 가르쳤던 제자들 앞에서
그리고 이생에 간호를 만난 것에 열광하고
감사하는 한 사람의 간호사로서
뼈아픈 반성과 깊은 책임을 통감합니다.
여러분,
간호는 힘들고 어려운 허드렛 일이 아니라
자칫하면 생명이 오락가락하는 상황에서 고도의 전문성을 발휘해야 하는 일입니다.
2년제가 병원에 들어오면 4년제 간호사들은 손놓고 병원을 떠날 겁니다.
왜냐구요?
제공되는 간호의 질 하향으로 인한
국민의 건강과 안전의 위협...
그것은 이 인력개편의 결과이겠지만,
우리 간호사들에게는
이는 더이상 사명감으로 헌신해야할 필요성이나 당위성을 가질 수 없게 만들테니까요.
다시 말해서
우리 스스로가 하는 일에 대한 가치를 절하 평가받고,
전문직 간호사로서의 자긍심을 잃고서는
이 일은 할 수 없는 일이고
제대로 할 수 없다면, 해서도 안되는 일입니다.
우리의 이 2년제 반대 저지 노력이
직역간의 밥그릇 챙기기로 보이는 사람은
이 일을 병원 운영자 관점에서 보거나, 매우 정치적인 관점으로 보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의료법개정안을 만든 이들에게 질문하고 싶습니다.
정작
자신과 자신의 가족에게 닥칠
태어남과 늙음과 병듦과
죽음 곁을 누가 지킬 것인지 생각해 본 적이 있느냐고?
그리고 그 위중함을 누구에게 기꺼이 맡길 거냐고?
저는 이 개정안의 배후에서
비싼 의료기기, 진료비, 장비, 약값에 큰 비중의 재원을 할당하고
인건비 싸구려로 취급하여 비용을 적게 할당하는
건강보험, 건강정책, 정부, 병원이 있고,
대학생 정원이 감축되는 추세에 따라
2년제 간호관련 인기학과를 만들어서 계속 장사하려는
사립전문대학 오너의 로비가 있을 것이라는 짙은 혐의를 느낍니다.
전국의 병원 간호사들이여.
전국의 보건소 간호사들, 학교 보건교사들, 산업장 간호사들이여...
자, 다 손놓고 다 나오십시오.
여러분이 보람과 만족으로 일해야만 대상자에게서 간호의 본질이 실질적으로 구현됩니다.
여러분이 행복해야만 우리의 대상자가 행복합니다.
지금은
여러분이 얼마나 중요하고 절실한 역할을 하고 있는지를,
그리고 여러분의 전문성이 누구도 대신할 수 없다는 것을
실제로 알릴 수 있는 기회입니다.
다 손놓고 다 나오십시오.
2년제 학제 신설이 완전히 폐기되는 그 날까지 갑시다.
2015년 10월 30일 서울대학교 간호대학장 김성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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